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타닉 가든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보다가 손종원 셰프님 식당 가고 싶어서 예약했어요. 레스케이프 호텔에 있는 라망시크레랑 조선 팰리스에 있는 이타닉가든 두 곳에서 셰프로 계시길래 고민하다가 더 맛있어 보였던 이타닉 가든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타닉가든은 기본적으로 한식 베이스 파인다이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2022년에 리뉴얼 오픈한 이후로 명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미슐랭가이드 뿐만 아니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La Liste 이런 곳에서도 매번 순위권에 드는 레스토랑이 되었어요. 그렇다보니 가격대는 좀 있습니다. 최근까지 런치 기준으로 19만원이었는데, 9월에 25만원으로 올랐더라고요. 일찍 가볼 걸 그랬네요.

https://blog.naver.com/whatdoieat/223917293178 // 제가 찍은 건 아니고 여기서 가져온 사진

계절마다 코스 구성이 조금씩 바뀌는데 지금은 가을 시즌에 맞는 코스가 나오고 있으니 최근 리뷰 보고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더들리님 영상에 나오는 옥수수 디저트를 보고 예약했던 건데, 다시 확인해보니 그건 여름에만 나오는 음식이었더라고요.

이건 같은 건물에 있는 콘스탄스에서 찍은 경치인데, 이타닉가든도 비슷합니다.

위치는 강남구 역삼동에 있고 역삼역과 가까워서 지하철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호텔 내부가 좀 복잡해요. 처음 가는 분들은 3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는 게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호텔 이용하시는 분들이 그 정문 있잖아요? 거기 찾아가면 호텔 직원분들이 안내해주시니까 잘 찾아가보세요. 사실 호텔 식당이 보통 식당에 비해 좀 비싼 면이 있긴 한데, 전반적인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서비스도 다들 친절합니다. 

내부는 테이블이 몇 개 없는데, 간격도 넓어서 아주 프라이빗한 기분이 듭니다. 또한 최근에 지어진 호텔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층고도 높고 인테리어도 아주 고급스러웠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인터넷에서 가져온 건데 참고하세요. 안쪽에는 룸도 있고, 2인이 앉을 수 있는 소파석도 있어요. 그 2인 소파석에 앉고 싶었는데, 말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앉았습니다.

이건 메뉴판입니다. 조개탕은 2인으로 추가하는 경우만 시킬 수 있고, 디저트는 하나만 시키는 게 가능해서 디저트만 개성 찬방 약과로 하나 변경해봤어요.

메뉴에는 없는 웰컴드링크입니다. 국화차랑 무슨 차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까먹었어요. 시원한 차입니다.

[호박죽]

늙은 호박으로 즙을 내어 만든 호박 두부, 호박 글레이즈, 호박죽, 다시마에 숙성시킨 캐비어를 함께 먹는 음식입니다. 사실 저는 호박 특유의 느글거리는 맛을 안 좋아해서 호박죽 자체를 잘 안 먹어요. 근데 이건 상큼짭짤한 캐비어랑 같이 먹으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는데 아래쪽에 캐비어가 많이 들어있더라고요.

[주전부리]

한입음식 3가지가 나왔어요

깻잎 부각 안에 단새우랑 이것저것 들어있어요. 그 약간 김치전 반죽스러웠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단새우 식감이 좋았고, 안에 들어있는 허브가 고급스럽게 산뜻해서 좋았습니다.

얘는 잡채를 모티브로 만든 음식입니다. 여러가지 버섯을 동그랗게 만들어 둔 거예요. 불맛 잘 나는 중식 잡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감태 샌드로 사이에 양념게장을 넣어둔 음식입니다. 제 기준에는 감태가 많아서 속재료 맛이 잘 안 느껴졌어요. 이 사이에 좀 끼는 느낌도 있었고요. 당연히 맛있긴 했는데, 음 속재료를 더 강하게 하든지 감태를 줄이든지 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이게 이타닉가든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음식 나올 때마다 이렇게 설명이 적힌 카드를 가져다주세요. 뒷 페이지 보면 그럴싸한 설명이 쓰여 있어요.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적혀있어서 읽어볼만해요. 집 갈 때 케이스에 넣어서 주십니다.

[대하 잣즙 냉채]

대게살, 대하를 포함한 여러 재료를 섞어둔 것 위에 버섯, 게, 파프리카, 한치, 오이를 예쁘게 잘라서 덮어둔 음식입니다. 안에 들어있는 대게살이랑 대하는 약간 김치전 반죽스러운 식감으로 되어있었어요. 그 저도 조금 더 그럴싸하게 말하고 싶은데 적절한 표현이 생각 안 나네요 하하. 어쨌든 상큼하고 달달한 음식이었습니다. 거부감이 안 드는 자연스러운 달콤함이었어요. 밍글스에서 먹었던 비슷한 음식은 약간 달달함이 과하다고 느껴졌는데, 이 친구는 딱 퍼먹고 싶은 맛이었어요. 양도 많아서 좋았습니다. 안에 대하도 꽤 들어있었고, 새우로 만든 칩도 좋았어요.

[버섯 만두 전골]

육수는 가을 버섯이랑 한우 양지로 만든 것이고, 버섯 향이 지배적이었는데, 퍼먹고 싶은 맛이었어요. 오른쪽은 다진 새우를 배추로 감싼 만두인데, 우리가 아는 맛이었어요. 물론 맛있었습니다.

왼쪽은 편수만두입니다. 개성 음식이고, 채랑 고기 넣은 만두를 장국 위에 띄워 먹는 거래요. 잎새버섯, 까치버섯을 채썰어서 식감 살렸대요. 이게 더 독특하고 좋았어요. 불맛도 잘 났고요.

[남대문 갈치]

낮은 온도에서 균일하게 익힌 갈치, 갑오징어, 무랑 함께 만든 보리밥,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 음식입니다. 갈치조림을 모티브로 만든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갈치는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갈치 맛이 선명하게 느껴졌고, 껍질도 바삭했어요. . 밥은 갑오징어랑 무 덕분에 식감이 다양해서 좋았고, 무가 김치스럽게 상큼해서 좋았어요. 무 덕분에 이 음식이 전체적으로 맛있어진 느낌이랄까요? 고추장 소스는 매콤하기보다는 은은한 달콤함이 가까웠어요. 한국인 입맛 생각하면 더 매콤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러면 갈치의 맛이 묻힐테니까 이 정도의 매콤함이 적절한 것 같긴 하네요.

[삼계탕]

이 날의 베스트, 삼계탕입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요소를 넣고 닭껍질을 감싸둔 거예요. 오른쪽 위에 있는 건 김치입니다.

이거 정말 상당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맛있는 삼계탕을 작은 조각에 응축해 놓은 듯한 맛이었어요. 한방 향도 은은하게 잘 살아있는데, 거부감 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조화롭더라고요. 닭 껍질도 바삭바삭하고 정말 진한 맛이 났어요. 송이버섯의 향도 잘 났고, 백김치도 맛있었어요.

서버 분께 여쭤보니까 작년 여름 시즌에 처음 선보인 음식인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시그니처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럴만 합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다시 먹으러 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신죽]

해삼, 낙지 등 해산물 넣고 닭육수 부어서 만든 해신죽입니다. 위에 올린 건 송이버섯. 예상 가는 건강해지는 맛입니다. 삼계탕 맛

[삼계차]

말 그래도 삼계차고요. 매우 진합니다. 건강해지는 기분.

[전복 꽃찜]

불고기 양념에 재운 전복을 부드럽게 조리하고, 한우에 감싸서 숯불에 한 번 더 구운 음식입니다. 일단 뻔한 스테이크가 아니어서 좋았어요. 한우 안심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새로우니까 얼마나 좋아요. 불향 좋았고, 전복 식감도 우리가 아는 수준으로 쫄깃했어요. 소스도 고기 맛 강하게 나는 진한 소스여서 좋았고요. 막 특별하진 않았지만, 뻔한 스테이크가 아니라는 점에서 만족했습니다.

[홍시]

홍시 소르베랑 이것저것 들어갔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나요. 가 괜찮네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익숙한 홍시 맛입니다. 근데 소르베가 좀 빨리 녹아서 가면 갈수록 비주얼이 오묘해집니다. 사실 시작부터 좀 오묘해서 크게 티는 안 나지만 말이에요. 어쨌든 보는 맛도 중요한만큼 이전 시즌이 더 낫지 않았나 싶긴 하네요.

[개성 찬방 약과]

크레이프스럽게 되어있는 약과입니다.

[송이 빙수]

들기름과 송이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빙수가 들어있는 음식입니다. 진짜 강한 송이 맛이 납니다. 진짜 송이를 퍼먹는 느낌이 나요. 잘 어울리긴 하는데 송이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좀 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송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무난히 잘 먹긴 했어요.

[커피]

자리에서 직접 내려주는 커피입니다. 차도 선택할 수 있으니 취향껏 선택하세요.

[자개함]

자개함에 여러 디저트가 담겨 나옵니다. 새콤한 오미자 차, 곶감스러운 식감의 쑥떡같은 음식, 젤리같은 음식, 인절미 같은 음식, 초콜릿 등 여러가지가 들어있으니 여유있게 드시면 돼요. 근데 저 자개함이 볼 때는 고급스러워보이는데, 막상 만져보면 오묘합니다. 하지만 보기에 좋으니 ok입니다.

매우 만족스러웠던 이타닉가든. 물론 호텔에 있는 식당이다보니 약간 비싼 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매우 좋았어요. 서버 분도 매우 친절했고 말도 자주 걸어주셨습니다. 저희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들으시더니 요리학교 다니는 학생인지도 물었고, 뭐가 제일 맛있었는지도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같이 간 사람이 왼손잡이라는 걸 초반에 바로 캐치하고, 음식을 두는 방향, 식기 위치도 바로 바꿔서 해주시더라고요. 정말 친절했습니다.

보통은 요리하시는 분이랑 서빙하시는 분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가끔 요리하시는 분이 직접 나오셔서 소스 뿌려주면서 설명해주시는 경우도 있었단 말이죠. 그렇다보니 뭔가 더 현장감도 있고, 진짜 요리를 먹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다른 곳들 갔을 때는 테이블 정리를 꼼꼼히 안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여기는 흘린 것도 다 치워주고, 많이 흘리면 따로 천을 덮어주시기도 했어요. 이런 디테일이 차이를 만드는 거죠.

손종원 셰프님이 계시는 날도 있으니 타이밍 맞추어서 한번 가보세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