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들리님의 소개방식을 참고했습니다.

내부는 이런 분위기 입니다. 테이블 간격이 그리 넓지는 않는데, 카펫이 깔려있어서 그런지 차분하고 조용합니다. 그리고 천장에 거울이 있어서 올려다보고 사진 찍으면 재밌습니다.

메뉴판입니다. 메인으로 오리 하나, 한우 하나 시켰고, 맛있는 김밥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디너 코스는 김밥이 기본으로 들어있는데 런치는 추가해야 하더라고요. 김밥이 2만 8천원이라니 상당히 곤란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식당에서 김밥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하나 시켜봤습니다.

[반찬]

한입거리로 된 환영음식입니다.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먹으면 됩니다. 구성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이런 방식으로 한입거리 음식을 내는 것은 정식당의 시그니처죠.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코스를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나하나씩 사진을 찍는 걸 깜빡해서 1, 2번 요리는 개별 사진이 없습니다.

먼저, 능이버섯으로 만든 따뜻한 수프입니다. 사실 버섯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데, 이건 정말 깊더라고요.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스타트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두부 위에 감태와 명란을 올리고 들기름으로 마무리한 요리입니다. 계란찜같은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진한 들기름 맛이 강했습니다. 명란도 짭짤해서 잘 어울렸어요.

[육회 토스트]

한우 안심 육회를 트러플 소스에 버무린 다음 치즈 뿌려 마무리한 요리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육회보다 살짝 더 익어있었고, 치즈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장어]

고추장으로 장어를 양념해 구운 것이고, 아래에는 비빔밥이 있습니다.

고추장이 좀 거슬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은은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아래에 있는 비빔밥도 맛있었습니다. 파 향이 좋았어요.

[수정과 타르트]

마지막으로 수정과 타르트. 수정과를 젤리로 만들고, 푸아그라 무스크림을 채운 요리입니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수정과를 젤리형태로 먹는 직관적인 맛이었습니다. 식감이 꽤나 독특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찬 중에서는 2번이 가장 맛있었어요. 가장 확 와닿는 맛이었어서 그런지 기억에 남더라고요.

[캐비어]

물회를 재해석한 요리입니다. 동치미 국물과 훈연한 생선뼈로 만든 국물에 각종 허브로 만든 오일이 깔려 있고, 동치미를 감싸고 있는 줄무늬 전갱이 위에 칼루가 캐비어를 올려두었습니다.

이게 이 날의 베스트였습니다. 국물도 지리가 생각나는 맑고 깊은 국물이라서 좋았고, 동치미도 상큼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애기 입맛이라 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줄무늬 전갱이 회는 정말 맛있는 생선의 맛이 강하게 났습니다. 여태 제가 먹은 회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어요. 캐비어도 은은하게 짭짤해서 자꾸 먹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이것만 먹으러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어요.

트리드에서도 초반에 물회를 재해석한 요리가 나왔었는데요. 그때보다도 맛있는 요리였어요.

[맛있는 김밥]

소불고기와 같이 볶아진 밥을 김부각으로 감싼 김밥입니다. 트러플 아이올리에 찍어 먹으면 돼요.

인터넷에서 자주 봤던 김밥이기에 언젠가는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김부각 안에 들어있는 불고기와 밥도 맛있긴 했는데, 트러플 아이올리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트리드에서 먹은 트러플 슈와 비슷했는데요. 녹진하면서도 자꾸 먹고 싶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이건 다시 가도 추가해서 먹을 것 같아요.

[전복]

전복을 찐 다음에 숯불로 구웠습니다. 전복 아래에는 백김치가 있어요. 소스는 뵈르블랑 소스와 허브로 만든 오일입니다.

전복은 트리드에서 먹었던 것만큼 녹는 식감은 아니고 오징어 정도의 쫄깃한 식감이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게 더 취향에 맞았어요. 그리고 전복 특유의 맛도 잘 나서 좋았습니다. 백김치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불맛이 났습니다. 단독으로 먹으면 약간 거부감이 들었는데, 전복이랑 먹으면 잘 어울렸어요. 뵈르블랑 소스도 전복의 부드러움과 잘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도 않았어요.

[제주 옥돔]

무난하게 맛있었습니다. 따뜻한 멸치 육수에 밥 말아서 먹는 느낌이었어요. 생선도 생선대로 맛있었고, 뱅어포도 바삭바삭해서 좋았습니다. 이때쯤에 배가 어느 정도 포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디너 코스 대신 런치 코스를 자주 가는 이유는 가격 때문도 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도 있습니다. 배부른 상태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잘 안 느껴지더라고요.

[오리]

로즈마리 오일에 콩피해서 미디엄으로 구웠고, 껍질은 팬에 바삭 구웠다고 합니다. 소스는 포트와인과 매실청 소스, 그릭요거트로 만든 크림소스 가니시로는 그린빈, 참외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오리로 만든 잠봉도 있었어요.

아 이게 생각보다는 아쉬웠습니다. 오리 자체는 맛도 잘 났고, 껍질도 바삭바삭해서 좋긴 했어요. 매실청 소스도 맛있었고요. 근데 요거트로 만든 소스가 제 입맛에는 오리와 좀 어울리지 않았고, 참외로 만든 가니시도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식감도 애매하고, 맛도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한우]

미디엄레어로 구운 1++ 안심입니다. 소스는 비프 쥬 소스였습니다.

단면을 찍어오진 않았는데, 흔히 말하는 이븐하게 익은 고기였습니다. 그라데이션 없이 균일하게 미디엄레어로 익어있었고, 겉은 바삭바삭하게 시어링 되어있었어요. 맛은 상당했습니다. 한국식 소고기 구이를 훨씬 선호했는데, 이 스테이크를 먹고 생각이 좀 흔들렸어요. 고기 맛도 잘 나고, 큰 조각을 먹어도 전혀 질기지 않았습니다. 다음 번에도 3만원 추가하고 이거 먹을 것 같네요.

가니시는 아래부터 동치미와 깻잎김치 겹쳐둔 것, 오이지 김치, 보리밥과 갓김치로 된 쌈밥, 콜라비로 만든 깍두기, 당귀잎 장아찌였습니다. 깻잎이랑 무랑 같이 겹쳐둔 게 가장 맛있긴 했는데, 다 무난한 느낌이어서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네요.

[잣국수]

가평의 향토음식인 잣국수에 감태를 곁들여서 만든 요리입니다. 가평의 백잣과 한우 양지육수로 만든 육수라고 하네요. 백김치 무김치도 반찬으로 나와요.

이거 자꾸 먹게 되는 맛이었어요. 국물은 콩국수와 비슷하고, 들기름이 면에 버무려져 있었는데, 아주 맛있었어요. 요즘 들기름으로 된 음식을 자주 먹은 것 같은데, 참기름만큼 맛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좀 더 많은 재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재료라는 생각도 드네요.

국물 다시 이야기해보자면, 제가 원래 콩국수를 그리 선호하지 않거든요. 콩의 비릿함이 거슬리기도 하고, 국물이 너무 끈적한 느낌이 있어서 두번 정도밖에 먹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끈적하거나 무겁지 않고, 고소해서 좋더라고요. 그릇도 차게 나와서 마지막 국물을 마실 때까지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술지게미 소르베]

팔레트 클렌저로 소르베가 나왔습니다. 막걸리를 만들 때 나오는 것으로 만든 소르베였는데, 정말 상큼해서 좋았어요. 막걸리 향도 거슬리지 않았고요. 오렌지랑 블러드 오렌지도 둘 다 맛있었어요.

[뉴욕-서울]

바닐라 아이스크림, 초콜릿 쿠키 슈 , 피칸 등 으로 구성되어 있는 디저트 입니다.

제가 원래 디저트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과하게 달거나 맛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 누가 사주지 않는 이상 잘 안 먹어요. 근데 이건 제가 여태 먹어본 디저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었습니다. 정말 고급스러운 맛이었고, 과하게 달지 않아서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고 맛있었어요. 특히 저 초콜릿 쿠키 슈가 정말 좋았어요. 사진을 보다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